축구계의 전설 지단이 가져온 레알의 변화..

생활정보|2016. 11. 24. 00:07

이 글은 박문성 축구전문가님의 글을 퍼왔습니다.


레알 마드리드의 불패 기록이 이어지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는 새벽 포르투갈 스포르팅과의 챔피언스리그 원정 경기에서 승리하며 공식 경기 무패 행진을 무려 30경기로 늘였다. 레알 마드리드가 패한 최근 마지막 경기는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볼프스부르크전이다. 4경기만 더 지지 않는다면 레오 벤 하커 감독 아래 1988-89시즌 세웠던 클럽 레코드 34경기 무패 기록과 같아진다.


레알 마드리드는 스포르팅전 승리로 남은 조별리그 1경기 상관없이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레알 마드리드의 20시즌 연속 조별리그 통과다. 1997-98시즌부터 이어진 대기록이다. 누구는 한 번 오르기도 쉽지 않은 곳을 강산이 두 번 바뀌는 동안 연속해 오른 것이다.


라리가에서 역시 가파른 질주 중이다. 12전 9승3무 무패로 단독 선두다. 2위 바르셀로나에 4점 앞서 있다. 팀 최다 득점 부문 1위, 최소 실점 부문 2위로 내용적으로도 순항 중이다. 레알 마드리드 순항 이유로 꼽히는 것 중 가장 많이 지목받는 게 지단 감독이 몰고 온 변화다. 


① 114년 역사 최고 승률



호날두와 지단


우선 감독 지단의 성적표다. 지난 1월 초 베니테스 감독의 뒤를 이어 레알 마드리드 사령탑으로 부임한 지단 감독은 모든 대회를 통틀어 46전 35승9무2패를 기록했다. 승률로 따지면 76.1%다. 이는 레알 마드리드를 한 달 이상 지휘한 감독 중 클럽 114년 역사 역대 감독 최고 승률이다. 근래 팀을 지휘한 마누엘 펠레그리니(75%) 조제 무리뉴(71.9%) 카를로 안첼로티(74.8%) 라파엘 베니테스(68%) 감독을 뛰어 넘는 수치다. 감독 부임 후 라리가 초기 32경기 26승5무1패는 라리가 통산 최고 기록이기도 하다. 1년 못 미치게 레알 마드리드를 이끈 지단 감독은 이 과정에서 유럽 챔피언스리그와 유럽 슈퍼컵 우승을 팀에 안겼다.


이 같은 수치만 보고 지단 감독의 지도력을 평가하고 주목하는 건 아니다. 기간이 짧은 만큼 성적과 기록은 얼마든 변할 수 있다. 좀 더 지켜봐야 할 일이다. 지단 감독의 리더십에 주목하는 건 그가 위기 순간이나 중대 기로에서 보여준 전술 변화와 대처 능력 때문이다. 결과를 떠난 내용에 있는 것이다. 지난 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전 등에서 보여주었던 지단 감독의 전술 경쟁력이 올 시즌 들어서도 거듭해 재확인되면서 지단 감독을 평가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사실 지단이 올 초 레알 마드리드의 감독직에 올랐을 때만 해도 의구심의 눈이 적지 않았다. 한 시대를 빛낸 최고의 선수인 건 두 말 할 것 없지만 지도자로서는 커리어가 보잘 것 없는 지단이 감독의 무덤이라 불리는 레알 마드리드에서 견디어 낼 수 있느냐라는 시선이었다. 실제 지단은 안첼로티 감독 체제에서 레알 마드리드의 코치, 하부 조직인 레알 마드리드 카스티야 감독을 한 것이 지도자 이력의 전부였다. 지단이 UEFA 지도자 프로 라이선스를 획득한 게 2015년일 정도로 그 이력이 미미했다. 초보 감독 지단에게 최근 10년 동안 3년 이상 팀을 지휘한 감독이 단 1명(조제 무리뉴)뿐인 레알 마드리드의 최고 책임자 자리를 맡기는 게 무리한 것 아니냐는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② 전술 유연성과 위기 대처



4-2-3-1 전술 변화의 핵심인 이스코


하지만 지단 감독은 우려를 기우로 바꾸어 놓았다. 선수 시절 후광으로 선수들의 존경을 끌어냈으며 우려했던 축구 감독의 본질적 능력이라 할 수 있는 전술 변화와 위기 대처에 있어서도 효과적이면서 발 빠른 대응으로 레알 마드리드의 호성적을 이끌어냈다.


지난 시즌만 보자면 ▲부임과 동시에 수비형 미드필더 카제미루를 중용해 수비 안정을 꾀하고 이를 바탕으로 공격력을 강화한 것 ▲특히 약했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상대로 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시메오네 축구의 빠른 카운터 축구를 잡기 위해 다른 경기들에 비해 라인을 내려서며 상대의 속공에 대비하는 등의 실리적 전술 운영으로 우승을 거머쥔 것이 대표적이다. 레알 마드리드가 지난 시즌 바르셀로나 원정 경기 승리를 포함해 막판 리그에서 12연승으로 시즌을 마칠 수 있었던 것도 지단 감독의 적극적인 전술 변화와 대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올 시즌 레알 마드리드가 무패 행진을 잇고 있는데도 지단 감독의 전술책이 커다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단 감독은 기본적으로 팀의 철학을 바꾸어 놓았다. 요즘 레알 마드리드 축구의 가장 큰 특징은 선수들의 높아진 수비 의식과 활동량이다. 지단 감독은 선수들에게 달리지 않으면 제아무리 스타라도 가차 없이 기회를 박탈하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레알 마드리드와 같은 빅 클럽은 전 세계에서 축구를 잘하는 선수들을 불러 모은 곳이다. 선수 개인의 기술과 능력은 출중하지만 스타 의식에 젖어 힘 다해 뛰지 않거나, 수비에 게으르거나 하는 문제가 상존한다. 지단 감독이 철저하게 통제하려는 게 이것이었다. 뛰지 않는 선수, 수비에 나서지 않는 선수의 통제다. 하메스 로드리게스가 전술적 문제 외에 체중 관리 실패와 연습 태도 불량의 이유로 전력에서 멀어진 것이 그 예다. 레알 마드리드의 올 시즌 경기가 공수 전환이 빨라진 배경이기도 하다. 베일과 이스코, 루카스 바스케스 등 앞 선의 공격수들이 수비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걸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는 요즘의 레알 마드리드 플레이다.


③ 바뀐 팀 철학



지단 감독 변화의 또 다른 상징인 코바치치


지단 감독은 위기에 신속하게 또 강단 있게 대처했다. 최근 알바로 모라타와 토니 크로스 등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제외되자 4-3-3 형태를 4-2-3-1로 전환하는 전술 변화를 시도했다. 호날두를 9번 위치에 올려놓고 이스코를 세컨드 공격수 포지션에 두는 변화다. 이스코의 위치를 전환시킨 이 같은 전술 변화는 주효해 지난 주말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전에서 라리가 마드리드 더비 최근 7경기 만에 레알 마드리드가 승리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스코는 이날 경기에서 91.7%의 패스 성공률과 26개의 상대 문전 패스 성공, 팀 2위에 해당하는 7개의 인터셉트 등 공수에 걸친 맹활약으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빠른 공격(인터셉트)과 두꺼운 수비(문전 패스)를 깨는 레알 마드리드의 공수 핵심 선수가 됐다. 지단 감독은 최근 부상에서 회복한 벤제마를 선발 카드로 쓸 수도 있었지만 특정 선수나 포메이션을 고집하지 않고 대신 다양한 선수들의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술 유연성을 보여주면서 레알 마드리드의 무패 행진을 이끌었다.


어린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기용하면서 팀 내 주전 경쟁 등 긴장감을 유지케 하는데도 성공한 지단 감독이다. 토니 크로스와 카제미루의 부상 여파도 있었지만, 마테오 코바치치, 마르코 아센시오 등 20대 초반의 선수들을 중용하면서 로테이션의 강화, 4-2-3-1 등의 전술 시프트 등으로 전력의 강화를 가져왔다. 특히 지난 시즌 인터 밀란에서 이적한 뒤 교체 자원에 머문 코바치치를 중용했는데 코바치치는 매 경기 팀 상위권의 뛴 거리와 평균 91.8%의 높은 패스 성공률로 지단 감독의 달리는 축구와 부합하는 동시에 내부 긴장감을 유지케하는 지단 감독 축구의 또 다른 상징으로 평가받고 있다.


④ 탈BBC



레알 마드리드의 BBC 라인


지단 감독에게 분명한 건 특정 선수, 특정 전술을 고집하지 않는 전술적 유연성이다. 탈 BBC가 그 중 상징적이다. 베일-벤제마-호날두의 BBC에 대한 의존이 올 시즌 눈에 띄게 줄었다. 알바로 모라타, 마르코 아센시오, 루카스 바스케스 등이 이들의 한자리씩을 대체하는 부분적인 변화부터 BBC 스리톱의 4-3-3 대신 대형 자체를 바꾸는 4-2-3-1로의 전환 등 적극적인 전술 변화까지 탈BBC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데이터로도 알 수 있는 탈BBC 흐름이다. 지난 시즌 BBC 라인이 레알 마드리드 팀 득점에서 차지한 비중은 무려 70.9%에 달했다. 레알 마드리드의 시즌 110골 중 78골이 BBC 라인에게서 터져 나왔다. 하지만 올 시즌엔 그 비중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이번 시즌 레알 마드리드의 34골 중 BBC가 넣은 골은 17골이다. 딱 50%다. 여전히 높은 수치이지만 지난 시즌에 비하면 하락폭이 적지 않다. 나머지 골들은 모라타, 아센시오, 이스코, 라모스 등에게로 분산됐다. 올 시즌 레알 마드리드 선수 중 리그 경기에서 한 골이라도 넣은 선수는 14명에 이른다. BBC 말고도 11명의 선수들이 골을 넣은 것이다. 주전급 모든 선수들이 골을 넣었을 만큼 다양한 득점 루트를 과시했다. 리그 라이벌 바르셀로나가 8명의 득점자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울 만큼 차이가 크다. 지단 감독이 특정 선수, 특정 전술을 고집하지 않고 다양한 선수와 전술을 활용한 것이 결과로 나타난 데이터다.


물론 아직 만 1년이 되지 않은 감독의 운명이나 평가를 다하는 건 무리다. 숱하게 감독이 갈아 치워지는 빅 클럽에선 그 평가는 바람의 방향처럼 바뀌기 십상이다. 매 경기 달라지는 결과에 따른 평가로 희비는 순간순간 갈린다. 장기 순항할지, 돌발 변수에 무너질 지는 최소한 올 시즌을 마무리한 뒤에나 짚어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이번 시즌의 성적이 당장 중요한데 열흘 앞으로 다가온 12월3일 엘 클라시코 바르셀로나 원정 경기가 지단 감독에겐 1차 중대기로가 될 것이다.


기사제공 축구전문가 박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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